양균원 시인 / 달빛 흉터
바닷가 찬바람은 깨진 거울을 생각나게 하지
물이랑 위로 튀어 오르는 달빛 수천 조각이 내 눈구멍을 파고 있어
달무리에 싸인 저것
소주 한 병 동무하다 바위틈에 내던진 성게 껍질 뒤집힌 속인 듯
방파제 때리다 저 먼저 박살난 파도 낙하 직후인 듯
바닷가의 초봄 추위 해피엔딩은 그다음에 아무것도 오지 않는 것이지
이제 웬만큼 멍들었고 그다지 심란하지 않으므로 달빛 주술사에게 조용히 건배
아니, 저것은 첫아이 볼에 난 화상의 흔적, 돌이킬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것, 그뿐일 것
달이 찰수록 짙게 돋아나는 흉터 빛에 난 상처가 자라고 있어
양균원 시인 / 괘종시계
시간이란 눈앞에 왔다 갔다
대청마루 비질하는 대숲 바람에 쉴 새 없이 좌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시 떠나는 자의 심장박동 속에 가둬 오고 가는 괘종시계, 노부모의 방에 갇히는 것이다
자다 깨는 아내를 위해 섣달그믐밤 괘종시계를 열고 건전지를 떼어내면
시간이란 삼각산 눈썹에다 낙엽 눈물을 그린 어릿광대
눈 내리는 풍경 저쪽으로 서 있는 그대로 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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