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옥 시인 / 그렇게 어른이 되었네
우린 둘 다 번호키 소유자 열쇠가 따로 없고 열고 싶어도 비밀번호를 모르네 가깝고도 멀어 곁에 있어도 서로 다른 별을 바라보네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숙제에 몰두하네 들여다볼수록 미궁에 빠져 허우적대네
우화를 꿈꾸지만 갈아입을 어른이 준비 안 된 나이 풀리지 않는 인수분해 괄호 하나에 들어 있는 두 개의 기호처럼 끝까지 같이 있어야 정답에 도달하네
숫자 맞추기에 안간힘을 쏟는 동안 너는 오래전에 나를 풀었으면서 모르는 척 밖을 서성였네
정답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고 웃으며 가버린 너
슬픈 색으로 물들인 어른의 옷 받아든 손이 아프도록 시리네
(『문학나무』 2020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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