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 시인 / 작별
잠이 떨 깬 얼굴로 니가 부시시 방에서 나오던 일요일 오전을 기억해 그러면 난 널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거쳐 부드럽게 들어오는 오전의 햇살을 받으며 오랫동안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지 이젠 그럴 수 는 없을거야 아무 가려진 것 없이 천천히 지나가던 그 시간들 속에 있 던 너를 다시는 만나기 힘들겠지
##### 그래, 그래, 그럴 수는 없을거야... 같은 시간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같은 느낌도 다신 되풀이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흘러갈 것은 흘러가지만... 다만 뼛속에 스며든 기억 하나 꺼내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슴 에려한다면.. 몸에 안좋아.. 물론 정신도... 자꾸 흑백사진으로 나오는 영화같은 시 한편... 이젠 불살라야 해... 집요한 윤회에.. 다신 걸쳐지지 않게...
성기완 시인 / 간편 장부
그렇게 피곤한 모습으로 보낸 게 맘에 걸려요 늦지 않았고 사실 기다린 건 맞아요 참다가 못 참아서 참고 참다가 더 못 참아서 저지르고 저질러서 용서받아야 할 상태가 되고 용서받기 싫어 숨기고 사랑한다는 말도 없이 숨기다 곪아 안에서 터져 상처가 되고 상처가 되어 겉으로 드러나 들키고 들켜서 다시 상처받고 본능적으로 갑각류가 되고 딱딱해지고 격해지고 화내고 뻔뻔해지고 마치 아닌 듯 길길이 뛰며 지랄하고 지랄하다가 지쳐 잦아들고 잦아드니 찬찬히 생각하게 되고 부끄러워지고 길거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걷고 모퉁이를 끝도 없이 돌고 술 마시고 아프고 아픈 거 보여주기 싫어서 참고 참다가 낫고 나아 한동안 잠들고 잠자다 꿈꾸고 꿈꾸다 꼴리고 벌떡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고 배고파 밥 먹고 나가고 만나고 놀고 웃고 사랑한다는 말도 없이 만나고 돌아서고 참고 참다가 못 참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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