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시인 / 구름의 말을 빌리면
그 자리에서 왜 나는 도망치고 싶었는지 그런데 왜 도망칠 수 없었는지 사실 알고 있었어요
어이없게도
화를 내는 사람은 강한 사람일까 허약한 사람일까 따위를 점치는 것으로 견디고 있었어요
이런 거 다 구름 이야기죠 구름이 되려다 못된 허무의 이야기죠
별자리를 짚어 가다보면 아주 먼 곳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갔다 돌아오는 걸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구름의 말을 빌리면 한결같다는 건 얼마나 많은 함정을 지닌 것인가
맞는 말이에요 젠장 나는 사랑한 적이 없어
이해해요 그렇죠 구름은 정형이 없어요
꽃과 열매를 함께 달고 있는 나무가 있었으니까요
(『서정시학』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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