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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성만 시인 / 실어증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9.

고성만 시인 / 실어증

 

 

알 수 없는 영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스멀스멀 스미는 안개

빗소리처럼

발자국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림자

 

누군가의 입술을 통과한 단어들이

귀에 쌓이기도 전에 스러진다

아,

 

내 숨결이 그대의 심장에 닿을 날 언제인가

 

빛이 소멸된 자리에 채워진 어둠

무참히 흐르는 시가 속에서

배도 고프지 않고

물기 바싹 마르는 혀

 

손끝 따라 떴던 해가

발밑으로 저문다

 

내가 날 위한

기도에도 지칠 때

대답 없는 질문들이 턱,

목을 막는다

 

(『사이펀』 2021년 가을호)

 

 


 

고성만 시인

1963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 1993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고부에서 보낸 일년>이,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에 시 〈섬, 검은 옷의 수도자〉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와 시조집 『파란, 만장』 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