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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만영 시인 / 이미지 한 컷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8.

이만영 시인 / 이미지 한 컷

 

 

빌려도 될까요

 

믿음, 물음, 묻음, 묵음 그리고 무음의 이미지들 빙빙 돌다가 멈춰선 슬라이드 박스 속에 출렁이는 파도, 담배를 비벼끄고 멋쩍게 웃는 젊은이들, 뜀박질하는 어린애들, 아직은 멀쩡하지만 지팡이에 기대려는 사람들 모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액자 속의 오늘, 저녁의 문을 미리 닫으려는 표정들

 

좀 더 착해지려고

 

이상하지요 아무리 노를 잘 저어도 바다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논리로 물이 들어오는 배에서 손금을 따라가보면 머리칼 풀어헤친 물풀들의 율동, 물방울은 물방울끼리 물풀은 물풀들끼리 몸을 부벼 함께 뭉쳐질 운명인 것만 같습니다만, 흔들림의 투명 속에 햇빛이 왈칵

 

쏟아져 꺾이고

 

파도 속에 난해한 추상화 풍경이 나오고 어떤 장면은 탄생을 축하하는 축포처럼 온몸을 끌어당겨 나만의 토포필리아* 태어나자마자 환하게 울어야 사는 이야기, 그런 생명의 이미지 한 컷

 

빌릴 수 있을까요

 

* topophilia : 특정 장소에 대한 미련과 애착, 사랑

 

웹진 『시인광장』 2022년 3월호 발표

 

 


 

이만영 시인

198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시각디자인) 졸업.제8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등단. LGAD 근무.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근무. 2018년 39회 근로자문학제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