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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종섶 시인 / 에스프레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9.

이종섶 시인 / 에스프레소

 

 

스트레스가 쌓이면 에스프레소

폭발하면 에스프레소 더블

 

명함보다 반가운 쿠폰 용지에

도장 열 개 찍으면

무료로 한 잔 마실 수 있지

 

커피 중에 제일 저렴한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는 시간이 편안하지

 

그는 얌전하고 소심해서

세 잔을 마시면 속이 쓰리지

양은 두 배 가격은 할인

더블이 제격이지

 

고상함을 잃지 않으려고

오늘도 홀로

카페에 앉아 있는 그에게는

에스프레소가 과음이고

더블은 폭음이지

 

이종섶, 『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 2019

 

 


 

 

이종섶 시인 / 무명시인

 

 

우크라이나에는 6명만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4명만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그들이 죽으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언어들

 

지금 몇 명만 아는 시가 있다 혼자만 아는 시가 있다

 

-『바람의 구문론』 중(푸른사상, 2015)

 

 


 

이종섶 시인

1964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2007년 기독교타임즈문학상 '점자경전' 당선.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물결무늬 손뼈 화석』가 있음.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