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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동남 시인 / 금빛 여우의 선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3.

박동남 시인 / 금빛 여우의 선택

 

 

당신이 계신 암울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오세요

먼말치에서 나는 당신을

자주봅니다

 

별이 가득한 저 하늘이

가르키는 길을 따라

어느새 당신은 황새걸음으로 오네요

 

풀숲에선 지금쯤

구애의 노래가 한창일 것입니다

나는 당신 앞에 수시로

얼정 대지만 당신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미로를 헤매는 일

별을 따는 일인 걸 알지 못하네요

당신이 내 손바닥 안으로

들어와 섭니다

 

손아귀에 잡힌 딱정벌레

같은 당신 난 모래가 바람에

웃는 사막에서도 살고

해 뜨며 내리는 비와 같고

여자는 내 지혜를 빌려 쓰고

남자를 홀리는 건 일도 아니고

당신의 마음을 포로로 잡고

곰 단지 당신 머리 꼭대기에 있고

속임수의 달인이며

당신에게 화를 부르는

흉기가 될수 있으나 잘 다스리면

불처럼 유용합니다

당신은 왕처럼 군림하나

나는 당신을 다스립니다

 

당신을 택합니다

당신이 만든 분위기에 녹아

당신에게 받고 있는 것 하나로

당신을 섬기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그것 때문에

 

 


 

 

박동남 시인 / 볼트와 너트

 

 

사랑이 저만치 나를 바라보고

나도 그 사랑의 갈구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얄궂은 것

늘 불안하고 그러하기에

사랑스런 아부도 간혹 합니다

 

시인은 그 사랑이란 노래를

이리도 잘 다루기 위한

인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사랑처럼 귀한 것은 없지요

누구나 사랑의 색깔이 다르듯

그 농도도 다르듯

택했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기도

그렇게 섬기고 인내하는 것이

사랑이고 그러기에 너무나

어렵고 쉽지 않은

마음 아닐까 합니다

그러므로 사랑합니다 당신을

 

 


 

박동남 시인

2008년 《다시 올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볼트와 너트』가 있음. 현재 〈우리시〉 회원. 국제 팬클럽 회원. 주요작품: <동백꽃지다><빈집에 관한 보고서><양변기 편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