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하 시인 / 청동거울
다뉴세문경 가는 동심원 아래 아득히 전생으로 비치는 사랑
일만 삼천 겁劫 우주를 돌고 돌아 나오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섭씨 40도의 열병이 회오리치던 여름 발은 둥둥 떠가고
마주보는 눈빛 속에 비늘 푸른 물고기 헤엄치고 있었네 그 눈 잉걸불 일어 중천으로 튀어 오르고 싶었던
물의 성벽 콰르르 무너지고 청동거울 깊은 속 푸른 녹으로 서 있는
문영하 시인 / 불
뼈 없는 몸이 납작 엎드린 채 온돌의 입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홀린 듯 홀린 듯 내장 깊숙이 흘러 들어가는, 어둠을 먹고 냉기를 밀어내는 낼름낼름 혓바닥 같은 불이여, 불이여 샤먼의 주문인가 시뻘건 불이 해탈한다 어두운 골목길 고래*를 벗어나 벌떡 일어서는 불이 굴뚝으로 올라가더니 초혼의 흰 옷자락인 듯 나부끼며 뜨거운 몸을 해체한다 불이 자신을 사르며 지나간 길 위에 누천년에 이르는 생의 내력이 피었다 지곤 한다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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