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란숙 시인 / 연우가(南歌) -비는 그대 마음이다.
하늘이라는 곳간에서 명주솜만을 지게 가득 등에 지고 왔다 명주솜만큼 한 그대의 무게, 그대 보고플 적마다 지게 작대기로 마른 땅을 툭툭 치며 명주솜 한 뭉치 던져 산을 부려놓고 몇 걸음 걸음 그대 심심치 않으시도록 큰 소리로 바위를 불러 골짝을 만들고 주먹만한 솜뭉치, 뭉치 복숭아나무 끝에 매달아 장무상망(長無相忘) 불을 밝히면 때때로 마음 깊은 곳에서 흐르던 눈물, 눈물 맑은 여울을 이루기도 하였으나 그대 눈빛이 뿜어내던 한숨은 먹장구름으로 내 문턱을 넘어가지 못하였다
비는 그대 마음이다 명주솜으로 이룬 세상 하나 이토록 흠씬 젖게 하나니 그 세상속의 사람 하나 이토록 흠씬 울게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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