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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안개톱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0.

이영춘 시인 / 안개톱

 

 

 안개톱을 걷는다 발이 늪 속으로 빠진다. 늪은 내 시의 공간이다. 여기는 지금 오후 세 시, 안개가 짙다. 춘천은 안개공장이 있다고 어느 시인은 말한다. 안개 공장, 다소는 우울하고 다소는 낭만적이다. 낭만 속에서 우울 속에서 나는 부화한다. 어둠과 슬픔의 싹이 트기도 한다. 장폴 싸르트르는 "문학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고 했다지? 50여 평생 그 물음의 길 위에서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래서 아프다. 마음이 아프고 뼈가 아프다. 털 많은 짐승으로 아프다. 그 아픔은 내 '슬픔의 정체성인가 종이학처럼 허공에서 떠도는 수의(囚衣)인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행자(行者), 내 발의, 내 몸의, 내 언어의 변곡점은 어디인가? 안개에게 묻는다 강물에게 묻는다

 

계간 『시산멕』 2021년 겨울호 발표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와 시선집『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