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시인 / 쭈쭈글한 길
봉급날 라면 한 상자 샀다. 갑자기 부자다. 배고픈 사자같이 생긴 상자를 북 찢는데 상자 골판지가 쭈글쭈글 주름졌다. 늙은 살같이 주름진 것은 다 고달프다.
골판지는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으로 모은 신문지 등 폐지로 만든다는데 생의 끝도 주름졌다. 파란만장 현생이 주름지면 다음 생도 주름질까?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라면 한 봉지를 척 끓이는데 꼬불꼬불 주름졌다. 나는 후루룩 후루룩 주름살을 마셨다. 아마 내 살도 이미 주름으로 채워졌으리라. 마흔일곱이 벌써 고달프다.
성선경 시인 / 별이 빛나는 밤에 —1889년, 고흐
네 눈동자, 네 눈동자, 또 네 눈동자 온 하늘에 노랗게, 노랗게, 노랗게 또 네 눈동자 어디로 눈을 돌려도 네 눈동자, 네 눈동자, 또 노랗게 하늘 가득 몰려드는 눈동자, 네 눈동자 내 마음 캄캄 밤하늘 너무 어두워 더 빛나는 네 눈동자 온 하늘에 노랗게, 노랗게, 노랗게 네 눈동자, 네 눈동자, 또 네 눈동자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정란 시인(상주) / 아득한 아카펠라 외 1편 (0) | 2022.08.20 |
---|---|
김상현 시인 / 소를 보았다 외 2편 (0) | 2022.08.20 |
전주호 시인 / 나무 심기 외 1편 (0) | 2022.08.20 |
이영춘 시인 / 안개톱 (0) | 2022.08.20 |
임상요 시인 / 누가 운동장을 퍼뜨렸을까 외 4편 (0) | 2022.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