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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상현 시인 / 소를 보았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0.

김상현 시인 / 소를 보았다

 

 

죽도록 일만 하는 당신

분노를 사랑으로 되새김질 한 당신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당신

일상도 경이롭게 바라보는 당신

누추한 곳에서 평안을 취하는 당신

언제나 자기 걸음으로 걷는 당신

모두가 잠든 사이 혼자 우는 당신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는 당신

멍에까지도 운명으로 사랑하는 당신

죽어 가죽이라도 남겨주고 싶은 당신

 

이 땅의 아버지들이여.

 

 


 

 

김상현 시인 / 오월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김상현 시인 / 개화의 의미

 

 

목련이 일찍 피는 까닭은

세상을 몰랐기에

때묻지 않은 청순한 얼굴을 드러내 보임이요

 

목련이 쉬 지는 까닭은

절망했기 때문이요

 

봄에 다시 피는 까닭은

혹시나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김상현 시인

1947년 전북 무안에서 태생. 1973년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2년 시 전문지 《시와시학》으로 등단. 2009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으로 『달빛 한 짐, 바람 한 짐』, 『싸리나무숲에 서리꽃 피면』, 『노루는 발을 벗어두고』, 『사랑의 방식CD』, 『기억의 날개』, 『어머니의 살강』, 『거멀장한 바가지가 아름답다』, 『꽃비노을』 등, 편운문학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충남시인협회 회원, 대전시인협회 회원, 대전문인협회 회원, 대전소설가협회 회원, 금강시마을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