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선 시인 / 봉인된 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라고 그냥 가슴에 잠자고 있으니 언제든 그려보면 될 거라고 새날이면 주문을 외며 문을 나서는 그 가난한 풋내가 지겨웠을까
배우지 않고 부르는 노랫말은 맘부터 부수고 나와 늘 아프다 풋잎에 가슴을 내어 준 한여름 감기는 약의 처방전이 없어 생살이 트는 길 한복판을 오래도록 서성거려 얻은 고립된 언어
비밀정원을 꾸려 마르지 않을 그리움을 쪼개 먹으며 갇혀버린 봄의 비린내를 푸름 위에 널어도 봉인된 언어들은 싹이 틀 때마다 시리다 마음의 노동은 표현할 수 없는 길에서…
김순선 시인 / 꽃상여
여명의 휘장이 채 걷히기도 전에 정갈하게 꾸며 놓은 꽃상여가 저리도 일찍 서두는 것은 어인 일일까
꽃이 질까 염려되어 서둘러 나서는 길 동구 밖 길가에서 마주쳤다
만장 행렬이 즐비한 신작로 침묵의 고요가 주검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상에 뜯겨 헐거워진 삶이 서러워서 오이씨 버선발로 꽃상여 타고 먼 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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