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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솔내 시인 / 나뭇잎의 QR코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1.

임솔내 시인 / 나뭇잎의 QR코드

 

 

  참, 이상하다

  내가 진정 나무이고 싶을 때

  낙엽이 진다

  이 세상 불을 다 먹은 듯

          술을 다 마신 듯

          사랑 다 가진 듯

  네 곁에 내가 붉었듯이

  그렇게 낙엽이 진다

 

 

 

  진정 그것이고 싶을 때

  귀도 물들고

  입도 물들고

  속살까지 물들어

  뜨거운 낙엽이 진다

  절정에 취해 몸피 가랑가랑 하지만

 

 

 

  괜찮아,

  내 곁에 네가 뜨거웠으니

  그 곁에 내가 뜨거웠으니

 

 


 

 

임솔내 시인 / 염습

 

 

삼베옷 한 벌 얻으려고

 

옥문(玉門)까지 깨끗이 닦여

삼베 버전

삼각고깔

구름침대

종이 새끼로 목을 고아

몸뚱아리 열두 번 뒤적이며 핑크색 고름 여미는

수의(壽衣)...

입혀드리니 해어화 꽃 같다

저 삼베옷 한 벌 얻으려고 왔다 간 우리 엄마

안녕!

엄마!

 

혼연히 토문(土門)에 드신 날

 

-2016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수수꽃 어머니,

 

 


 

임솔내 시인

(호: 松香) 중앙대 졸. 동대학원 수료.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나를 바꾼 두 번째 남자』 『나뭇잎의 QR코드』, 『아마존 그 환승역』 등이 있음. 김영랑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한국시낭송총연합 회장. 문화칼럼니스트. 미당문학회부회장. 불교문예작가회 회원. 국제펜클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