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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 시인(완도) / 낙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2.

김영 시인(완도) / 낙화

 

 

두메 외딴 집

뒤란에 있는 우물처럼

깊은 눈을 가진 누이가

봄을 보고 있다

 

봄은

눈 속의 봄은

깊어서 아주 깊어서

길어 올리는 사연이

끝이 없는데

 

그 속에서

나는

꽃으로 지고 있다.

 

 


 

 

김영 시인(완도) / 꿈은 동그랗다

 

 

여보세요, 당신은 잠잘 때 고사리

같이 손 꼭 쥐고 잡니까? 아님

곱게 펴고 잡니까 단풍잎 같이

그런데 보세요. 모두 다

동그랗지 않아요 살아 있는 것 들은

더러는 새벽, 아니 석양에라도 좋아요

다 동그랗게 뜨고 동그랗게 어울려요.

해도, 이슬도, 달도, 꽃들도

 

쥐었다 다시 펴보는 손금처럼

파뿌리 같은 일상 또. 들여다보면

약속도 되지 않은 희망에 언제나

가슴기대고 있는 우리들의 귀로

손가락 사이 흐르는 시간은, 꽃처럼

피었다 지고, 또 피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따라 져 내리는

그리움은 한사코 벙어리지만

그러나 동그랗고 또 동그라서

구르다 멈춤니다

 

달과 해. 손잡고 나를 돌고

그것으로 내 마음 나도 재우며

또 하루 동그란 새벽 열었습니다

빛나는 해. 동그란 해바라기 씨

하나씩 가슴에 그려주며

어머니의 목소리로

아침을 열어 봅니다. 날마다

 

꿈은 언제나 수평이 아닌 것 같아요.

수직도 물론 아니고요

집 밖으로 나갔던 시계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요.

보세요, 가을,

열매들이 왜 저렇게 다 동그란가를

 

동그란 새소리로 해 동그랗게 익어가고

동그란 꽃봉오리 속 꽃씨 동그랗게 익어가고

동그란 이슬 방울 속 빛 동그랗게 잠자고

 

-2004년 봄 발행 김영 시인 꿈은 동그랗다 시집에서

 

 


 

김영 시인

1957년 전남 완도 출생. 충남해양과학고. 고려대경영대학원. 고려대사회교육원<詩作과정>.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現- 한울재단 선임이사. [웰빙 포커스] 발행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부회장. 2008. 제2회 해양문학상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