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시인 / 꽃산 아래
겨울 동안 쉬었던 뒤란 밭을 연일 파고 밭 가상을 정리했다 삽이 쑥쑥 빠진다 땅을 뒤집을 때마다 보슬거리는 흙냄새가 좋다 사 년간 돌도 엔간히 주워냈다 이제 잔돌은 가라앉고 흙은 솟아 밭이 자리를 잡았다 잔돌과 필요 없는 검불들이 가지런히 쓸린 고른 땅 우리가 결국 꿈꾸는 혁명 아니겠는가 여기에 무엇을 더 얹겠는가 감출 것 하나 없는 꽃산 아래
김용만 시인 / 지게
지게가 사라지고 어깨가 허전해지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무게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사라진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어깨에 아무것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픔을 모르는 시대 가난을 모르는 시대 무슨 외로움이 있어 한 줌 사랑을 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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