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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용만 시인 / 꽃산 아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3.

김용만 시인 / 꽃산 아래

 

 

겨울 동안 쉬었던 뒤란 밭을

연일 파고 밭 가상을 정리했다

삽이 쑥쑥 빠진다

땅을 뒤집을 때마다

보슬거리는 흙냄새가 좋다

사 년간 돌도 엔간히 주워냈다

이제 잔돌은 가라앉고

흙은 솟아 밭이 자리를 잡았다

잔돌과 필요 없는 검불들이

가지런히 쓸린 고른 땅

우리가 결국 꿈꾸는 혁명 아니겠는가

여기에 무엇을 더 얹겠는가

감출 것 하나 없는

꽃산 아래

 

 


 

 

김용만 시인 / 지게

 

 

지게가 사라지고

어깨가 허전해지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무게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사라진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어깨에 아무것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픔을 모르는 시대

가난을 모르는 시대

무슨 외로움이 있어

한 줌 사랑을 얹겠는가

 

 


 

김용만 시인

1956년 전북 임실 덕치마을 출생.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 2012년《포엠포엠 》 신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