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시인 / 연꽃이 지고 있다
이 곳에 와서야 연못이 왜 연못인 줄을 알게 되었고 못물은 연뿐만이 아니라 뭇 것들을 길러낸다는 것을 알았다. 수련과 식충식물인 통발이 있고, 개구리와 개구리밥과, 실참자리와 뱀과 우렁이 등등... 11마리의 원앙이 새끼가 아무 탈 없이 자라고, 집 나온 칠면조가 수영을 즐기기도 하는 곳이다.
이 곳은 뒷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남과 서가 트인 아득한 명당, 정지용시인의 고향이다. 남에서 영랑의 모란이 뚝뚝 진다면 향수의 고장에선 연잎이 툭툭 지고 있다.
오늘 아침은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연향은 흐르고, 꿀벌은 날아온다. 먼저 핀 연이 먼저 진다!
송세헌 시인 / 제주르뽀
애월涯月의 수평선 위 초침처럼 하얀 통통배 흐른다 달이 숨 쉬는 걸 들었다는 정회성 시인 달 같은 KAL의 동체가 비상했다
어부도 해녀도 없는 시멘트의 적막이 고여 있는 성산포항 이생진 시인이 술 마시던 방파제에선 아직도 비릿한 해삼 안주와 두 잔의 소주 냄새가 났다
중문 해수욕장 이중섭의 아이들이 첨단 패션을 하고 풍차 아래 해먹에서 논다 분홍 수영모를 쓰고 비치볼을 다투고 있었다
새섬의 절벽 아래 변시지의 검은 바다가 다리 위로 날아들다 교각에 낙지처럼 달라붙은다 까마귀와 망아지를 날릴 바람이 세연교 밑을 훑는다
용암처럼 굳어가는 관절염의 손가락으로 제주의 시간과 빛의 씨를 모아 두모악의 폐교에 그 희망의 씨종지를 걸어둔 김영갑을 제주 동쪽 종달리에서 만났다
희망과 절망이 불어오는 바다 백록담에서 이어도까지 지친 영혼의 그림자로 쌓아올린 섬을 바라보는 손종호 시인의 눈매를 우도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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