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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주대 시인 / 터미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4.

김주대 시인 / 터미널

 

 

큰 가방을 들고 훌쩍거리던 아이가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자

늙은 여자는 달려가 까치발을 하고

아이 앉은 쪽 차창에 젖은 손바닥을 댄다

버스 안의 아이도 손바닥을 댄다

횟집 수족관 문어처럼 달라붙는 하얀 손바닥들

부슬비 맞으며 떠나는 버스를

늙은 여자가 따라 뛰기 시작한다

손바닥에 붙은 손바닥이 떨어지질 않아서

 

-김주대 시집 〈그리움의 넓이에 놓아둔 詩>

 

 


 

 

김주대 시인 / 구름

 

 

양떼가 이동하는 하늘을 보았다

몽골의 어느 길가 깊고 고요한 사람들처럼

잔은

양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었다

 

-김주대 시집 <그리움의 넓이에 놓아둔 詩>

 

 


 

김주대 시인

1965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9년 《민중시》, 1991년《창작과 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도화동 사십계단』(청사, 1990)), 『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하늘땅, 1991), 『꽃이 너를 지운다』(천년의시작, 2007), 『나쁜, 사랑을 하다』(답게, 2009), 『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가 있음. 2013.11. 제26회 성균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