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임술랑 시인 / 휴지통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7.

임술랑 시인 / 휴지통

 

 

어지러움이 거기 고여 있다

들여다보면

이 방안 것 모두 쓸어

그 속에서 밸밸 돈다

우물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거기 달도 떠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 곳을 통하여

가야할 길도 뵌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내 머리칼 산발이다

어지럽다

 

-임술랑 시집 <상 지키기>에서

 

 


 

 

임술랑 시인 / 우리집 관세음보살

 

 

이불을 밀치고 놓은 상床

당신과 마주 앉아 겸상을 한다

축 늘어진 난닝구를 걸친 그대와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동탯국을 얹어 놓고

고기 토막을 서로 떠 준다

밥을 먹고 고소한 옥수수차를 가져 오면서

님을 보니

도톰한 입술에 흰목살,

늘어진 가사袈裟 밑으로 부연 살결

나는 오늘 아침

관세음보살님과 식사를 한 것 같았다

 

 


 

임술랑 시인

1959년 경북 상주 출생. 1997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3년 계간《불교문예》 시부문 신인상 당선. 2006년 시집 『상 지키기』, 2014년 시집 『있을 뿐이다』 펴냄.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민족작가회 상임시인.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