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래 시인 / 돼지밥바라기별
사람들에게 개밥바라기별이 있다고 한다면 나에게는 돼지밥바라기별이 있다
한여름 나를 낳은 엄마 돼지가 저녁밥 달라고 꿀꿀 보챌 때 태어난 나를 돼지처럼 잘 먹고 잘살 거라고 하셨다
초저녁 별이 빛난다
돼지밥바라기별을 낳으신 어머니 동방박사들 보았던 샛별보다 더 반짝거렸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도 밥술이나 뜰 수 있는 게 그 별 덕분 아닌가
엄마는 오늘 밤 저 별을 바라보고 계실까
임태래 시인 / 자기소개서
파란 하늘 같이 맑은 사람 나무 같이 꾸꿋한 사람 들꽃 같이 웃는 사람
무엇으로 소개할까
그냥 이렇게 적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가슴 따뜻한 사람
임태래 시인 / 엄마처럼
오늘은 생강을 심고 짚을 덮었다 짚이 습기를 주지만 잡초도 막는다 그리고 썪어 거름이 된다
엄마처럼 우리 엄마처럼
임태래 시인 / 동창 딸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동창 그녀의 딸 결혼식에 축하해 주러 갔어
그곳에서 짝사랑한 그 소녀를 만났어 동창의 딸이 옛날 좋아했던 그녀로 다시 태어나 아름다운 신부로 서 있었어
신랑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날이야
임태래 시인 / 쑥갓꽃·1
“시골에 살면 묵고 사는 건 걱정 업써야” “쬐금한 땅데기 좀 있으면 상추랑 고추 쑥갓 좀 시므면 되야” “한 여름철 밥맛 업쓰면 된장에 쌈 싸 먹으면 그게 최고여”
“도시에서 살기 힘들면 내려와라” “도회지에서는 뭐 쪼금 살래도 다 돈 아니냐” “힘들다고 아둥바둥 데지 말고 시골에 오두막하고 밭데기 쪼옴 있겄다 뭐 산 입에 거미줄 치겄냐”
오늘 텃밭에 쑥갓은 쑥쑥 자라고 한쪽에 곱게 피어난 샛노란 꽃 어머니 쓰신 호미 하나 걸려 있고 쑥갓 커가듯 그리움이 자란다
임태래 시인 / 쑥갓꽃·2
몇 년 전 강 건너신 어머니의 그리운 목소리 “얘야 이리 한번 나와 봐라! 쑥갓꽃이 참 이뻐야” 혼자 보기 아까워 날 부르신 거다
후다닥 뛰쳐나간 텃밭엔 금방 왔다 가신 듯 흔들린 쑥갓꽃에 엄마 냄새가 난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술랑 시인 / 휴지통외 1편 (0) | 2022.08.27 |
---|---|
권정일 시인 / 기억에게 외 1편 (0) | 2022.08.27 |
이문숙 시인 /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 위해서외 1편 (0) | 2022.08.27 |
이병곡 시인 / 강을 위한 기도 외 1편 (0) | 2022.08.27 |
김하늘 시인 / 이상한 결핍 외 1편 (0) | 202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