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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호 시인 / 산중명상(山中冥想)1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8.

김영호 시인 / 산중명상(山中冥想)1

 

 

산속에선 사람들이 포옹을 해준다.

산꽃 나무 새의 얼굴로 사람들이

서로 미소를 짓는다.

 

사랑할 때 사람이 자연이 된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은 사람이다.

 

서로 사랑할 때

사람이 산꽃 나무 새가 된다.

서로 사랑할 때

속세가 산이 된다.

속세가 천국이 된다.

 

 


 

 

김영호 시인 / 우주 눈(宇宙 眼)I

 

 

이국의 황야 홀로 떠도는 보헤미안

그가 비를 맞을 때

우주도 함께 비를 맞았네.

 

이국의 광야 홀로 헤매는 이방인

그가 눈발을 맞을 때

우주도 함께 눈발을 맞았네.

 

상처 뿐인 나그네

폭풍과의 혈투 끝

하늘은 햇빛을 주었네.

 

해가 안으로 들어

내 몸에 우주 눈이 뜨이니

중생이 길을 잃은 형제였네.

삼라만상이 고행의 혈육이었네.

 

우주는

아픈 만유가 그의 품에 안긴 성체聖體,

궁휼의 성령이 충만한

신神의 몸이었네.

 

 


 

 

김영호 시인 / 귀가 쓰는 시

 

 

한 송이 크로바 꽃잎에서 사슴이 내다보았네.

그 사슴 눈빛이 나의 귓속으로 들어오니

귓속에서 꽃피는 소리가 들렸네.

잠시 귀가 울음을 멈추었네.

그때 나의 귀가 말을 했네 꿈이 있다고.

그 꿈은

나의 귀보다 더 우는 사람의 귀 끝에

크로바 꽃을 모종하는 것이라 했네.

그의 귀 끝에 아리조나의 햇빛을 발라주고

물을 주는 것이라 했네.

그의 우는 귀에서도 꽃피는 소리를 듣는 일이라 했네.

그의 우는 귀에서도 종달새의 노래를 듣는 일이라 했네.

 

 


 

김영호 시인

1945년 충북 청원에서 출생. 한국 외국어 대학 영어과 졸업. 일리노이주립대학교대학원 비교문학 박사. 1991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의 초상』『무심천의 미루나무』『잎사귀가 큰 사 람』『『순복』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와 기타 저서로는『한용운과 휘트먼의 문학사상』과 『문학과 종교의 만남』이 있음. 현재 숭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영미시, 비평),  미국 하와이 주립대 초빙교수, 워싱턴 주립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