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미 시인 / 30촉 알전구
빛으로 호탕한 나는 내가 궁금합니다. 운명에 아둔한 나는 내가 의심스럽습니다. 용맹스럽고 슬기로웠던 나는 다 어디로 갔나요? 앞으로의 나라면 불편할까요?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 뜻밖입니다. 더불어 믿을 만한 세상을 예비해 두고 싶습니다. 그러나 10월의 아름다운 밤처럼 내가 다시 온다 해도 마음에 점 하나 찍을 여유가 없습니다. 사는 일은 눈에 거슬리는 일입니다. 잘 퍼지지 않는 관심부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겉도는 동정까지 내가 되거나 나를 구원하기에 도무지 못 미쳐 이실직고합니다.
웹북 『스토리코스모스』 2022년 1월호 발표
윤인미 시인 /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믿을수록 불안해요
믿지 않았다면 불안할 일은 없었을 텐데
그러니까 불안은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도 가까워지면 갑갑해지는 편견에 공들여질 수 있어요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꺼이 나는 남길 게 없는 불안과 남을 수 없는 불안을 지체시키고 있어요
처음부터 내가 없이 종결되어서 내 안에서 나를 탕진할 수 없어요
아닐수록 진짜 아닌데 조를 짜서 보강 중이에요
막역해서 궁금할 게 없는 우리 사이부터 의심해 주세요
열쇠인 척 자물쇠인 한 문장이 영원히 결정될까 두려워요
* 박상륭 소설 『죽음의 한 연구』
계간 『시와 반시』 2021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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