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흔복 시인 / 눈보라
길 밖에서 길을 바라보면 길 아닌 길 없다.
- 시집, <서울에서 다시 사랑을>(실천문학, 1998)
이흔복 시인 / 바다
바다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닮는다
바다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의 길을 걷는다.
- 시집, <내 생애 아름다운 봄날>
이흔복 시인 / 낙타는 길을 잃지 않는다
황허의 아침은 물안개로 시작된다. 밤새 밤안개에 젖은 깃을 털어내려는 듯 강바닥을 스치며 낮은 비행을 하는 새 신기루처럼 아른 거린다.
생전에 누리던 영화에 비하면 볼품없는 반구상의 양귀비의 분묘를 보니 나의 지친 마음은 차라리 비장하여라.
드넓은 평야에 야트막한 언덕이며 호수며 나무를 군데군데 놓아 둔 푸른 초원을 지나 구름 높이 머리에 이고 앞을 보고 뒤를 보지 않고 내 그림자에 놀라고, 낙타를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건너기 힘든 사막을 길을 횡단한다.
모래산 너머 모래바다 그 바다에 닻을 내린 밤, 바람은 매섭다
별빛을 등에 지고 들어앉아 쉬어가는 둔황에서 서쪽으로 천 리 길 온통 사막이다
실크로드를 가는 나그네는 절대로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 실크로드를 가는 낙타는 육안으로도 먼 길을 간다
햇빛에 붉게 불타는 화염 켜켜이 쌓인 지평선 서쪽 끝으로 삼장법사 일행을 따라 간 곳은 지평선 붉게 물들이며 멀리 번져나가는 또, 사막이다.
시집 『먼 갈 가는 나그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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