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순 시인 / 여울목, 아방가르드
고향 집 문설주에 흐릿한 명패 하나 받침은 사라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구태여 부칠 이름 없어 “바나바라"* 읽는다
화첩을 몽타주 한 길 위에 길을 내고 마티스의 숲처럼 우거진 시민극장* 시효가 없는 거리에 세잔의 정물이 됐다
여울목 녹음 짙어 뵈지 않던 표지판 굽이진 우회도로 맞서 돌아 밝히고 반반한 글씨체 엮어 돋을 문자 새긴다
* 위로의 아들 권면하는 자 *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64-10번지 소재, 구 시민극장(현, 창원문화예술 공연장)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시댁 | 선친의 소유였던, 역사 속 '시민극장'이 지금은 창원시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복원되었다.
-<한국동서문학> 2021. 가을호
김차순 시인 / 눈과 귀
문을 닫았다가 그 문을 또 열었다 문을 닫았다 열고 또 문을 열고 닫았다 바람이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귀를 연다
눈을 감았다가 감은 눈을 다시 뜬다 떴던 눈 감았다가 감았던 눈을 뜬다 길마중 눈의 길 따라 많은 길이 펼쳐진다
가까이 더 가까이 보일 듯 들리는 듯 문 열고 눈을 뜨고 꽉 막힌 귀를 열 때 세상의 담이 헐리고 마음 속에 길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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