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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차순 시인 / 여울목, 아방가르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4.

김차순 시인 / 여울목, 아방가르드

 

 

고향 집 문설주에 흐릿한 명패 하나

받침은 사라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구태여 부칠 이름 없어 “바나바라"* 읽는다

 

화첩을 몽타주 한 길 위에 길을 내고

마티스의 숲처럼 우거진 시민극장*

시효가 없는 거리에 세잔의 정물이 됐다

 

여울목 녹음 짙어 뵈지 않던 표지판

굽이진 우회도로 맞서 돌아 밝히고

반반한 글씨체 엮어 돋을 문자 새긴다

 

* 위로의 아들 권면하는 자

*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64-10번지 소재, 구 시민극장(현, 창원문화예술 공연장)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시댁 | 선친의 소유였던, 역사 속 '시민극장'이 지금은 창원시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복원되었다.

 

-<한국동서문학> 2021. 가을호

 

 


 

 

김차순 시인 / 눈과 귀

 

 

문을 닫았다가

그 문을 또 열었다

문을 닫았다 열고 또 문을 열고 닫았다

바람이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귀를 연다

 

눈을 감았다가

감은 눈을 다시 뜬다

떴던 눈 감았다가 감았던 눈을 뜬다

길마중 눈의 길 따라

많은 길이 펼쳐진다

 

가까이 더 가까이

보일 듯 들리는 듯

문 열고 눈을 뜨고 꽉 막힌 귀를 열 때

세상의 담이 헐리고

마음 속에 길이 난다

 

 


 

김차순 시인

1957년 경남 마산 출생.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시조문학> 신인상 등단. 18년만에 시조집 <지금은 부재중> 발간.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회원. 시조문학 신인상(2001년). 현재 기독교방송<c채널 앱라디오 카라멜>에서 '시조엘의 길 위의 냉수마찰'과 잠언으로 여는 세상>프로그램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