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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Daisy Kim 시인 / 허들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6.

Daisy Kim 시인 / 허들

 

 

​아침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려온 여름은 고장 난 시간 쪽으로 자주 쓰러졌다

 

​장애물은 꿈꾸기를 멈춰버린 이상기후 같아

​넘는 자리마다 떨어져 멍든 낙과들

​바닥이 높이뛰기를 주저하면 둥둥둥 무거워지는 구름들

 

​개미가 기어가는 방향으로 여름 한철의 땡볕이 수평으로 눕는다

​오래도록 외우지 못한 날씨는 잠시 머물다 떠나버린

​간격과 간격을 이어주던 소나기 같아

​태양의 보폭이 시간의 뒷모습을 밀며 달려가는 동안

​건기의 여름은 푸른 멍 너머의 결승선을 향하고

​다급해진 공중은 깨진 무릎을 넘어야만 착지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자세를 바꾸고 신발끈을 묶는다

​장애물이라고 말하는 순간 장애물이 사라질 것을 믿으며

​실패한 자리에서 의심하는 발목을 뛰어넘는다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면 다음 장애물이 궁금해진다

 

계간『미네르바』 2022년 봄호 발표

 

 


 

Daisy Kim 시인

서울에서 출생. 하와이에 거주.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