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sy Kim 시인 / 허들
아침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려온 여름은 고장 난 시간 쪽으로 자주 쓰러졌다
장애물은 꿈꾸기를 멈춰버린 이상기후 같아 넘는 자리마다 떨어져 멍든 낙과들 바닥이 높이뛰기를 주저하면 둥둥둥 무거워지는 구름들
개미가 기어가는 방향으로 여름 한철의 땡볕이 수평으로 눕는다 오래도록 외우지 못한 날씨는 잠시 머물다 떠나버린 간격과 간격을 이어주던 소나기 같아 태양의 보폭이 시간의 뒷모습을 밀며 달려가는 동안 건기의 여름은 푸른 멍 너머의 결승선을 향하고 다급해진 공중은 깨진 무릎을 넘어야만 착지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자세를 바꾸고 신발끈을 묶는다 장애물이라고 말하는 순간 장애물이 사라질 것을 믿으며 실패한 자리에서 의심하는 발목을 뛰어넘는다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면 다음 장애물이 궁금해진다
계간『미네르바』 2022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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