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국 시인 / 별에게 묻다
비 개인 여름 계룡산 산장의 밤 어린 날 어머니와 함께 보던 하늘을 만났다 저토록 아름다운 별무리를 무엇에 쫓겨 지금껏 잊고 살았을까
은하의 물결에 멱을 감고 있는 별들 저 강은 어디로 흘렀다가 이곳에 왔는가 어느 곳 유람을 마치고 우리 다시 만나는가
때묻은 도시는 미리내를 믿지 않고 죽어서 별이 된다는 말, 나도 믿지 않았는데 하늘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내 곁을 떠난 사람 모두 오늘밤 내 앞에 떠 있다
이제 과거는 색이 바래고 소중한 것도 하나 둘 빠져 빈손만 남았는데 반짝이며 다가오는 살가움
나의 자리도 그곳에 있는지 회백색 그 강에는 시름이 없는지
도시를 떠나오니 하늘이 보인다
이희국 시인 / 파랑새는 떠났다
한때는 좋아하던 가수였다 그녀는 내 마음의 파랑새였다 청춘의 험산을 넘을 때 위로를 주던 마음의 원두막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따라 장미가 붉은 언덕길을 오르면 뭉게구름이 따라오곤 했다
어느 날 TV에서 사라진 그녀 목소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그녀를 어느 여행지 주점에서 만났다 표정은 변함없이 간절했지만 그녀의 노래는 예전처럼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다 미소에도 향기가 없었다
눈을 감으니 예전의 그녀가 떠오른다 광야의 바람처럼, 슬픈 소녀의 기도처럼 때로는 사나운 짐승의 밤 울음처럼 영혼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호를 삼키던
목소리 늙고 깃털조차 뽑혀 날아갈 하늘, 반짝이던 무대가 쓸쓸하다
이제 나의 파랑새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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