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락 시인 / 금빛 물고기 -김종삼 시풍으로
아이가 곁에 와서 종이를 놓고 간다 색종이로 곱게 접은 물고기 한 마리 바다 속을 헤엄쳐 간다 금빛이다
아이가 돌아간 빈 교실에 초록금빛 물결 출렁인다 듣기로는 심해의 어떤 물고기는 수천 리 떨어진 곳에서도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소리통로가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도 내가 모르는 바다로 통하는 황금열쇠가 있나 보다
일상은 늘 남루하다 해도 그 아이의 바다처럼 금빛 물고기처럼 빈 교실에 출렁이는 물결처럼
신현락 시인 / 금
한때는 그랬네. 땅 위에 금을 그으며 여기 넘어오면 안 돼, 넘어오면 죽는 거야, 하면서 네 편 내 편 서로 금을 밟지 않으려고 금 밖에서 빙글빙글 돌았던 적이 있었네. 나도 그랬네. 누군가 금만 그으면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줄 알았네. 그날 밤 나와 너 사이에 그어진 금을 내 새끼손가락은 얼마나 넘어가고 싶었던가. 땅 위에 금을 그으며 여기는 내 집이야. 순금으로 지은 집이라고 착각한 옛날도 있었네. 나도 너의 금이었을까. 넘어가서는 안 되는 국경처럼 머나먼 금기의 이역에서 깃발만 펄럭이고 있었을까. 한때는 너와 나 금 밖에서 서성거렸으나 이제는 금 안에서 금 밖을 기웃거리네. 지금 저 금 밖에서 우는 사람아 그곳은 금 밖이 아니고 금 안이라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금 안에서 우는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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