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섭 시인 / 유리새
시시 때때 변하는 맑고 투명한 그림 누가 그려 놓았을 가 새들이 허공을 날고 높은 건축물 유리창에 노을이 번지고 있다 강물이 흘러가고 지평의 끝에 물드는 고향은 금빛 바다 구만리 대칭으로 서있다
달이 연주하는 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가고 드믄드믄 낮은 산이 숲을 이루고 자작나무 잔가지가 흔들거려 눈이 부시다 눈이 맑은 새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 바라보며 거리를 가늠하고 내려앉을 곳을 찾고 있다
새들은 맑은 허공을 거침없이 날아가지 눈이 맑은 새는 영혼의 무게만큼 깃을 뽑아 흔적을 남기고 맑은 영혼을 물고 거침없이 날아가지 하늘로 맑은 하늘로 날아가 가여운 영혼들의 소식을 전 한다
가을 하늘은 맑아서 거침이 없다 구만리 날아가 안도의 숨을 나누고 새들은 영혼이 맑아 우뚝 솟은 빌딩 속 구름을 믿고 숲을 믿고 바다를 믿고 아니아니 세상을 믿고 힘차게 뛰어드는 거다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져 대칭으로 서있는 맑은 세상을 믿으며 눈이 맑은 새는 대칭으로 날아가 수직이동을 하고 허우적허우적 보이지 않는 맑은 숲으로 뛰어들지
유리창 속으로 힘차게 뛰어들어 수직이동을 하는 거다 함께 뛰어든 새들이 떨어져 죽어갈 때 안과 밖의 경계는 허물어져 맑은 세상에는 숲도 구름도 고향의 금빛 바다도 사라지고 없다 눈이 맑은 새는 울음도 해맑아 유리알 구르는 소리로 운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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