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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다연 시인(천안) / 버찌가 익을 무렵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4.

김다연 시인(천안) / 버찌가 익을 무렵

 

 

고요할수록

깊어지는 것이 있다

 

오월의 햇살 아래

깊어짐으로 오히려 아련한

기억을 불러내는 것들

 

잊혀졌다고 여긴 것은 잠시다

 

햇살 촘촘히 새긴 잎 사이로

가장 낮고 무거운 빛을 쏟아내는 것들

 

해묵은 침묵을 견디지 못해

맨발 훌훌 털고 아낙의 눈 속을

파고든다

 

봄빛은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않는다

 

 


 

 

김다연 시인(천안) / 저 혼자 머무는 풍경

 

 

역은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오고가는 이들의 발길 뜸해졌거나

머물던 사람들 떠나갔어도

햇빛 맑으면 맑은 대로

비바람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산으로 강으로

꽃으로 나무로

허물어지는 지붕의 그림자를 지우며

혈육 같은 개망초꽃들 피우고 또 피웠다

 

간혹

길을 잃은 노루나 고양이가 찾아와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풀어놓기도 했지만

순간의 머무름이 가져다주는 위안이란

닿을 수 없는 한 시절의 기억일 뿐

텅 빈 역사의 적막함만이

저 혼자 머무는 풍경이 된 양원역엔

깃들 것 없는 하루 내내 노을이 깊었다

 

 


 

김다연 시인(천안)

충남 천안 북면에서 출생. 1997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후 천안여류시동인회.천안문인협회 부지부장을 역임.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 근무중. 시집 <저 혼자 머무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