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시인 / 흔적
연기가 피어 오른다 집 허무는 사람들이 연기를 쏘이며 빈병과 플라스틱을 골라내고 집터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은다 휑댕그레 남은 학교 운동장 옆으로 넘어진 세종대왕과 텅빈 교정 아이들의 목소리가 불어가고 풍금소리와 노래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빈 골대와 수돗가에 조금씩 물이 차올라 적요에 잠긴 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들려온다 붉은 가위표시의 집들 주위로 어지럽게 날리는 신문지 잡풀 위를 덮고 무언가 남은 이야기처럼 떠나지 않는 기척이 조금씩 시간에 잠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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