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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경민 시인 / 흔적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5.

김경민 시인 / 흔적

 

 

연기가 피어 오른다

집 허무는 사람들이 연기를 쏘이며

빈병과 플라스틱을 골라내고

집터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은다

휑댕그레 남은 학교 운동장

옆으로 넘어진 세종대왕과 텅빈 교정

아이들의 목소리가 불어가고

풍금소리와 노래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빈 골대와 수돗가에 조금씩

물이 차올라 적요에 잠긴

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들려온다

붉은 가위표시의 집들 주위로

어지럽게 날리는 신문지

잡풀 위를 덮고

무언가 남은 이야기처럼

떠나지 않는 기척이 조금씩

시간에 잠겨간다

 

 


 

김경민 시인

1954년 서울 출생.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한국문학에 <어둠의 집> < 회전> <계단위의 폐허>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시집 <성 모독> 1993년 <붉은 십자가의 묘지> 1998년. 한국시문화회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