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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수환 시인 / 아내의 바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5.

안수환 시인 / 아내의 바다

 

 

내 아내는 나뭇잎에 물든 물방울을 보면

바다라고 부른다

햇빛이 반짝이는 날,

나뭇잎을 쓸고가는 바람을 보면

바다라고 부른다

바다는 저쪽에 있는 것

바다는,

호수보다도 크고 노을보다도 먼 곳에 있는 줄 잘 알면서도

나뭇잎을 물들이는 물방울을 보고 바다라고 부른다

 

 


 

 

안수환 시인 / 먼 산

 

 

나는 오늘 인천가족공원 묘지에 갔다

죽어서 되살아난 여흥 민씨, 해주 오씨, 함양 박씨.......

존재의 빛은 학설이 아니라

붉은 장미, 푸른 잔디, 자작나무, 금계국이었구나

 

먼 산 위에 올라앉은 흰 구름 몇 조각까지

 

 


 

안수환 시인

1942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명지대에서 문학박사 학위. 1975년 《시문학》과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神들의 옷』 『징조』 『검불꽃 길을 붙들고』 『저 들꽃들이 되어 있는』 『달빛보다 먼저』 『충만한 시간』 『가야 할 곳』 시론집 『시와 실재』 『우리시 천천히 읽기』 외. 현재 『문학마당』에 주역으로 푸는 시학과 『시문학』에 신연작시집 『지상시편』을 연재 중임. 천안연암대학 교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