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란 시인 / 겨울산에 합장 수직이 아니어도 기어서 당당한 줄사철나무를 만나 차가운 수직의 본능과 신열에 부어올라 들리지 않았던 시간은 헛된 모래시계냐 아직 물음 던지지 못한 눈 내리는 마이산 온 세상에 눈이 내리고 또 내리는데(1)의사지만 시인이고 싶은 지바고 용납 못할 개인의 자유와 얻을 수 없는 그녀를 껴안았던 시인의 얼음 별장 하얀 눈은 세상의 끝에서 끝까지 휩쓰나니(2) 눈 내리는 마이산에서 우리는 다시 흰 빛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은수사 마당에 깊게 홀린 겨울 꿈 헤치고 보니 안과 밖에 온 길과 갈 길에 환히 보이는 그 곳에 유치찬란이라 누락 시켰던 야윈 사랑 치욕으로 잊었던 자유가 시인의 금지된 사랑이 온힘 다해 얼음산 기어서 오르는데 거짓말처럼 다 순하다 줄기에서 뿌리 내려 또 시작하는 줄사철나무처럼 완성은 아픈 상처쯤에서 늘 발아했다 말하려 하는가 * 1. 2 러시아소설 ‘닥터 지바고’ 중에서 최향란 시인 / 찬엽이 찬바람 불던 날 떨어진 낙엽처럼 굴러들어 왔다는 찬엽이는 꽃을 좋아했어 동산에 산벚꽃 환하던 봄 밤 정희네 아궁이 옆에서 딸을 낳았다는 찬엽이는 진달래꽃, 유채꽃, 명자꽃을 업고 다녔어 어린 우리의 장난감이 되어준 어리버리 벙어리 찬엽이 머리에 꽃 꽂고 착한 찬엽이 뒤 따라 다니면 불같이 화를 내던 정희 엄마 정희가 가슴에 산벛꽃 가지 품고 다닌 비밀 나는 누구에게도 끝내 말하지 않았어 울 엄마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찬엽이를 나는, 정희는, 우리는, 그냥 찬엽이라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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