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희 시인 / 2월에 쓴 시 ㅡ 부산역에서 지금쯤 어딘가엔 눈이 내리고 지금쯤 어딘가엔 동백꽃 피고 지금쯤 어딘가엔 매화가 피어 지금쯤 어딘가에 슬픈 사람은 햇살이 적당히 데워질 때를 기다려 눈물 한 점 외로운 벤치 위에 남겨두고서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겠다 다시 어디론가 길을 뜨고 있겠다 홍수희 시인 / 그렇게 2월은 간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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