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양왕용 시인 / 나의 시(詩) 3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6.

양왕용 시인 / 나의 시() 3

 

 

나의 시()

할아버지 기침 소리에 묻어나오는

소금기의 하얀 바람이다.

육지(陸地)로 건어물(乾魚物) 장사를 떠났던

당신의 젊은 시절

그 바람은

언제나 당신을 따라 나섰다.

주막의 댓돌 위에서나

시장(市場)의 복판에서나

어쩌다가 바다에서

돌개바람을 만나

몸만 살아 남았던 때에도……

주름살이 늘어난 얼굴로

새벽에 집을 나서

방울 소리와 함께

소장수를 떠났던 시절에도

저녁마다 대사립을 울린

카랑카랑한 그 목소리.

어느 해 겨울

저녁 밥상을 물리고

나직나직 지난 날을 회고하던

그 목소리로

동학란 속에서

간간이 번쩍이는 그 바람이다.

나의 시()

당신의 등짐 속 건어물(乾魚物)이나

소들이나

주막의 호롱불에 섞여

당신의 수염 밑으로 떨어지던

그 바람이다.

가벼이 가벼이

아침마다 밥상머리에

내려앉는

소금기에 그 바람이다.

 

  <갈라지는 바다, 형설출판사, 1975>

 

 


 

 

양왕용 시인 / 찾아보기 8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얼룩진

5월에

5월을 계절의 文王이라 노래한

詩人의 말 찾아보기.

아카시아 향기 속에 들려오는

다연발탄 발사소리와

불꽃들이라고 하는

화염병 투척의 그 모습

무엇으로

사라지게 할까?

양쪽으로 모두 둘러싸고 있는

어둠의 무리

무엇으로 물리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며

대사님과 신부님의 대담도

눈 부비고 읽어보며

어둠 몰아낼 빛 찾아보기

계절의 女王은 결국

빛보다 더 밝은 사랑이라는 사실

깨달은 후

그 사랑 찾아보기.

눈물 펑펑 쏟아지는

불꽃놀이 현장에서

매운 냄새 몰아내는

아카시아 향기처럼

어둠 밀어내는

한 자루 촛불처럼

그윽하고 눈물겨운

그 사랑 찾아보기.

 


 

양왕용(梁汪容) 시인

1943년 경상남도 남해군 츨생.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66년 김춘수 시인 3회 천료(월간 시문학)로 데뷔. 시문학상 본상, 부산시 문화상(문학부문), 한국 크리스천문학상(시부문)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문학 부문), 부산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문인협회 제26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