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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수희 시인 / 2월에 쓴 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6.

홍수희 시인 / 2월에 쓴 시

ㅡ 부산역에서

 

 

지금쯤 어딘가엔 눈이 내리고

지금쯤 어딘가엔 동백꽃 피고

지금쯤 어딘가엔 매화가 피어

지금쯤 어딘가에 슬픈 사람은

햇살이 적당히 데워질 때를 기다려

눈물 한 점 외로운 벤치 위에 남겨두고서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겠다

다시 어디론가 길을 뜨고 있겠다

 

 


 

 

홍수희 시인 / 그렇게 2월은 간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홍수희 시인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 이육사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 부산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