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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하늘 시인 / 12월 21일 49초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7.

김하늘 시인 / 122149

 

 

현기증이 나

흐물흐물한 공중으로 데려가 줘

고래 울음소리가 들리니?

조용히 있는 것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너무 시끄러운 꿈을 꾸고 있거든

나는 초조하고, 초조하고,

아무것에게서 감정을 가질 수 없어

어느 날 사라져도 너무 당연한 것처럼

 

발칙한 년이라고 해줘

그런 식으로 사랑받고 싶어

발목에는 리본을 묶고

머리에서는 백합향이 났으면 좋겠어

아픈 꿈을 꿨는데, 아무도 울어주지 않았어

우리는 다르고, 달라서,

이해받기를 바란 쪽이 잘못한 거야

나는 나를 자조할 이유가 있어

 

알몸으로 춤을 췄어

이다음 122149초를 기억해

그 날은 죽기 좋은 날이야

아아, 얼마나 더 심심해야하지?

혼자서 애쓰고 싶진 않아

모자를 눌러 쓰고 담배를 사러 나가야지

비가 내리면 좋겠네

맨발로 질주할 거야 온 거리를

이를 드러내고 기린처럼 웃을 거야

혈관을 타고 어린 꽃들이 피면

한 쪽 눈이 없는 고양이를

안아 줘

 

시집 샴토마토(파란, 2016) 중에서

 


 

김하늘 시인

1985년 대구에서 출생. 2012년 하반기시와 반시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샴토마토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