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희 시인 / 선택적 함구 검은 복면 검은 장갑 검은 눈동자 숨을 벗는 시간 몸에 두른 주름의 움직임 소리를 깨우는 건 반칙이야 유리조각을 밟지 마 오역에 기운 가지를 흔들지 마 환생은 없고 환각만 있음을 기억해 입 다문 창문 귀 잘린 의자 얼굴 없는 바닥 몸을 두른 금기가 투명해지는 빈방 허은희 시인 / 반 넓이 어딘가에 당신과 닿으려다 놓친 곳 눈꺼풀 밖으로 출발한 막차와 하루를 밀봉하고 가는 셔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으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재생 불가한 어제의 햇빛 너머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단서들 맞은편의 바람이 흔들고 가는 나무의 무수한 발자국들 숲이 되고도 남았을 당신 등 뒤를 서성이다 쌓인 발자국, 먼지들의 국가 그러므로 반, 형용할 수 없으므로 무구하고 구원의 바깥을 돌아 첫 차가 올 동안의 거리, 우린 날이 밝는 속도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2019년 10월 10일(목) 중부일보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석 시인 / 탕제원 외 5편 (0) | 2022.09.28 |
---|---|
양은숙 시인 / 미늘* 외 2편 (0) | 2022.09.28 |
이재연 시인 / 순례자 외 3편 (0) | 2022.09.28 |
권용욱 시인 / 그날이 오늘 같다 외 1편 (0) | 2022.09.28 |
김순옥 시인 / 질감 외 1편 (0) | 202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