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시인 / 원초적 본능 이른 새벽 새파랗게 어린고양이가 담위에 엉거주춤 앉아 나를 살핀다 현관문을 열려다 엉거주춤 나는 고양이를 살핀다 배운 일 없고 가르쳐준 일 없이도 이미 알고 있는 길, 그 길을 더듬고 있다 잠깐의 경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과 모자람의 여백 안에 두근두근 살고 싶어지는 유진 시인 / 동백 그늘 그녀에게 덤적 손잡힌 곳은 향일암 돌계단이었다 단 한 번 제자의 속울음이 내 자취방을 밤새 적시고 졸업장 찢어버린 열아홉을 소금에 절이고 산부인과를 나오며 그 의붓아버지를 수백 번 죽이고 짜디짠 젓갈에 고춧가루 범벅인 가슴을 함께 비볐던 붉은 물 떨어지던 은닉은 단단한 몇 겹으로 재포장 되었다 잎자루 없는 줄기를 감싸지도 않고 주름진 양면 잎 잘 키운 갓처럼 서늘한 바닷바람에 행궈가며, 일찌감치 사는 법을 터득한 깊은 눈 동백 꽃그늘을 매달고 한달음에 달려왔을 아삭아삭 맵고 달큰한 돌산 갓김치 갈맷빛과 숨비소리, 향일암의 일출과 돌산대교의 일몰까지 빠트리지 않고 버무려 넣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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