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영찬 시인 / 장 지글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1.

김영찬 시인 / 장 지글러*

 

 

칼람파 라는 리마의 빈민촌에서는 오후 5시 반에

해가 진다

키가 덜 자란 아이들은 이른 저녁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주린 배를 웅크리고 그믐달처럼 잠이 든다

 

꿈속에서 아이들은 이스트에 부풀어 오른 옥수수빵과

갓 구워 토실토실 혀에 감기는

햇감자를 실컷 먹다가

남겨도 된다

 

콩고의 마니에마 주비켄게 광산에서는 걸핏하면

갱도가 무너져 몸뚱이를 가두는

부실한 잡생각마저도 오도 가도 못하는

허다한 밤

 

언제쯤 꿈과 꿈의 연결고리

대양으로 불어 닥칠 무역풍이 돛을 밀어 길 밖의 길

맘과 맘의 내륙까지

 

예지몽豫知夢을 잇댈 것인가

 

*Jean Ziegler:불의의 자본구조를 목숨 걸고 고발한 지식인.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저술.

 

계간 미네르바2022년 봄호 발표

 

 


 

 

김영찬 시인 / 썸머타임 프리패스

Summertime free pass

 

 

나는

나는, 나다

나니나니 니나나 나는 나와 다른 별종

각자의 뉘앙스로 우리는 서로 다른 최애最愛를 위하여

 

질문이 답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기다림의 생크림이 설탕물 녹아서

레게노, 레게노

레전드legend의 영웅적인 손동작의 끝

거기에

킹리적 갓심만 남겨 놓고

 

글쎄요~, 글쎄

 

(king이라는 이치에도 안 맞는 니가, 그대가 갓god심 어린 갓을 쓰고 적나라赤裸裸한 적개심 그게 합리적 의심' 이라면)

 

테레제 말파티에게 물어보나마나

귀먹은 베토벤은

엘리제한테도 가보라고 심지어 귀차르디한테도 똑같은 대응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지

 

니나니나 니니니~, 니들은 느그들만의 아가페

 

얼음의 정령들은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되어 아무데서나 녹는다

헤프게 녹는다

혀끝에 빨려 들어가 북반구의 반대쪽 이빠네마 해수욕장의 파라솔 아래

금세기 들어 가장 게으르고 무책임한

1월의 태양과 맞닥뜨릴 것이다

 

챙 넓은 차양모자에 이마를 가리고

슬프도록 아찔한 키스

난생 처음 검게 탄 알몸에 전신의 립스틱 문신을 새길 것이다

 

니나니나 니나나~,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은 전혜린의

슈바빙

안개 자욱한 페른베Frenweh에서

태양을 향해 마지막 불화살을 쏘아 올릴 나는,

우리는

내남없이

 

한없이 하찮고도 갈 곳 없는

 

질문에

추문같이 추하거나 어쭙잖은 시같이 시시껄렁하지 않도록

눈웃음 그대로를

썸머타임summertime 프리패스free pass!

 

계간 시사사2021년 가을호 발표

 

 


 

김영찬 시인

충남 연기에서 출생. 외국어대 프랑스과 졸업. 2002년 계간 문학마당2003정신과 표현에 작품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투투섬에 안 간 이유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주간. 한국시인협회 간사. 정표예술포럼 회장.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