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화 시인 / 시간여행자 광장 벽에 걸린 외눈박이 시계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찰나에도 데면데면 서로를 외면한다 역활 놀이에 바쁜 노예들은 맡은 배역에 전전긍긍 친구의 장례식에서 안부를 묻는다 수많은 가정이 만든 나비효과 거꾸로 가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대한 톱니바퀴에 맞물려 엇갈린 수레바퀴를 끝없이 굴린다 완전연소 꿈꾸는 욕망의 전차는 화력 좋은 참나무에 장작불을 지피고 온몸으로 밀고 가는 오늘 불안한 자장가를 들려주는 검은 기차에 오를 시간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다가온다 벌새 꽁지깃이 무수한 날갯짓으로 옆으로 누운 8자를 그리며 끝없이 우주를 떠돌아도 종착역 다른 별에서 내릴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 『발랄한 거짓말 』 김건화 시인 / 게르에서 하룻밤 목초지를 둘러보고 온 남자에게 게르 지붕 끝에 걸린 국자별로 뜨거운 양고기 수프를 한 대접 건네주고 싶다 모래바람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 유목인의 아들을 서너 명쯤 낳고 게르의 안주인으로 눌러사는 건 어떨까 긴 겨울 동안 양고기만 먹다 여름 한 철 독소 빼주는 시금털털한 마유주에 취하고 싶은 밤 초원에 팔베개하고 누워 은하가 흐르는 강 사이에 두고 떠올리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람 소리 애끓는 허미 소리에 적막한 영혼을 달랜다 언제고 떠날 수 있는 단출한 살림살이는 텅 비워서 더 넉넉한 미니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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