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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전봉건 시인 / 사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4.

전봉건 시인 / 사랑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봉건 시선> (1985)

 

 


 

 

전봉건 시인 / 꽃과 마음

 

 

나는 꽃을 만질 수가 있지만

내 마음을 만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꽃은 내 마음을

만질 수가 있답니다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색색가지 예쁘게 물드는 것은

 

꽃이 색색가지 예쁜 손으로

내 마음을 만지작거리는 때문입니다

 


 

전봉건(全鳳健) 시인(1928~1988)

1928년 평남 안주 출생, 숭인중학교. 평양 숭인중학교 졸업 후 월남. 1950'문예'를 통해 등단. '예술시보' '문학춘추' 등 편집 실무, '현대시학' 창간 및 주간, 자유문협 상임위원, 문총 중앙위원, 한국시인협회 간사 및 중앙위원 역임. 3회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 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시집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춘향연가' '북의 고향' '' '트럼펫 천사' '기다리기'. 1988년 영면 (향년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