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건 시인 / 사랑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봉건 시선> (1985) 전봉건 시인 / 꽃과 마음 나는 꽃을 만질 수가 있지만 내 마음을 만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꽃은 내 마음을 만질 수가 있답니다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색색가지 예쁘게 물드는 것은 꽃이 색색가지 예쁜 손으로 내 마음을 만지작거리는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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