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란 시인 / 새의 의미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푸름으로 눈물을 버무려 촛농처럼 떨어져 내리던 밤새 상념들도 해답이 없다 길을 내지 않는다 그것으로 다다 없는 하늘에서 이젠 의미 없이 울지 않는 새 거기 있다고 한들 누가 볼 수 있을까 굳어지고 굳어져 가는 태 고의 화석으로나 남아 있을 짐작으로나 아는 역사가 길이 되어줄까 땀과 눈물로 범벅을 만들어 한 생을 열었다 하자
하늘 역이 있어 간이역처럼 정차했다 하자
몸을 벗은 허물은 무간으로 떨어지고 영혼은 어딘가로 길을 떠난다 하자 희희낙락하던 그 많은 날들이 태고의 이끼처럼 파랗게 남아 증거가 된다 하자 애비거나 에미거나 그 어느 조상의 허리에서부터 육신의 혈맥을 타고 나르던 새의 의미를 비상구에서 내려다본다 하자 여행자는 단지 떠나는 홀가분함으로 날아가고 남는 자는 무성한 눈물로 그의 길을 덮어놓을 뿐인 걸
훌훌 녹아내리던 몸은 거기 그렇게 남아 이끼가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의미 없이 웃는 새가 날 아와 노래를 하고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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