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우 시인 / 聖발바닥
사하라의 노을을 넘다가 신발을 벗고 동쪽을 향해 무릎 꿇는다 모래비탈에 입맞추며 기도하는 흰옷 입은 모슬렘 사내 왜 엎드린 사람의 키가 더 클까 위대한 건 신이 아니라 모래로 빚어진 나그네다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聖발바닥 옷자락 날리며 핏빛 산맥을 다시 걸어가는 모래만 내짚는 모랫덩이의 맨꿈, 맨뒤꿈치 그 삼 억만년 퇴적된.
김수우 시인 / 수련 지는 법
단골찻집 주인이 바뀌었더군 꽃핀다고 들러도 싱거운 눈웃음, 꽃진다고 들러도 맹물 손인사, 잊힐 뻔 잊힐 뻔한 안부마다 한 톨 답례 고맙더니 그 씨앗 받아 여기저기 나누었더니 어느 결에 헤어지고 만 게야, 마음 비운 사이
수련 지는 법을 들었네 몇날 철없이 꽃비 뿌리거나 제 열정에 겨워 몸던지는 게 꽃지는 방식이거늘 수련은 잠잠히 물 속으로 돌아가지 소금쟁이가 딛은 고요를 돌아보는 어느 결에 송이째 물에 잠긴다네, 마음 비운 사이
고운 사람 내게 수련처럼 졌으니 나도 그에게 한 꽃자리일까 고운 사람 누구에겐가 수련으로 피어날 테니 물속 줄기, 먼 산 하나 풀어내리라 물그림자 흔들리는 그, 어느 결에 내 옷자락도 젖을 테지, 그, 마음 비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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