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 시인 / 열꽃
동성로에서 학생들은 유독 쉽게 물들어간다
매일이 캠핑이다
사랑해 며칠 굶은 개처럼 목을 물어뜯을 거야 사랑해 막 흔든 탄산이 폭발하듯이
춤추자
우리의 여름은 퍼렇고 쓸쓸하지
혈관 깊숙한 곳으로부터 베이스가 뛰어 스프레이로 흩어지고
나의 사춘기가 되어줘
철거된 세계야 설익은 적막 아래 화단을 헤집은 두 손으로 햇살을 가린 신아
나보다 오래된 눈을 들여다보면 미안해진다 두고 온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중에서
최백규 시인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몇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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