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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선균 시인 / 생이 가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5.

이선균 시인 / 생이 가래

 

 

교실 창가 어항에 떠 있는 생이가래.

이 물풀의 어원을 알아내지 못했다.

 

해임 사유 우거진 채용 계약서를

해마다 갈아엎는 나는

일년초 생이가래.

가라면 가야 하는 나

생이, 가래,

라는 철학적 해석에 무릎 꿇는다.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이 거대한 어항에서 근근이 부유하는

나 또한 생이가래.

생이, 갈래,

라는 가슴 아픈 해석에

그만, 엎질러진다.

 

물풀도 목이 말라 파랗게 봄을 탄다.

 

-시집 『언뜻,』, 이선균, 천년의 시작, 2016년

 

 


 

 

이선균 시인 / 멸치 덕장

 

 

흘림체로 몸부림치는

비릿한 인연,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왔나.

 

단 한 획의 미라.

고독한

이미지스트.

 

-시집 『언뜻,』, 이선균, 천년의 시작, 2016

 

 


 

이선균 시인

1961년 경기도 부천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졸업. 2010년 《시작》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첫 시집 <언뜻>(천년의시작, 2016)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