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시인 / 생이 가래
교실 창가 어항에 떠 있는 생이가래. 이 물풀의 어원을 알아내지 못했다.
해임 사유 우거진 채용 계약서를 해마다 갈아엎는 나는 일년초 생이가래. 가라면 가야 하는 나 생이, 가래, 라는 철학적 해석에 무릎 꿇는다.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이 거대한 어항에서 근근이 부유하는 나 또한 생이가래. 생이, 갈래, 라는 가슴 아픈 해석에 그만, 엎질러진다.
물풀도 목이 말라 파랗게 봄을 탄다.
-시집 『언뜻,』, 이선균, 천년의 시작, 2016년
이선균 시인 / 멸치 덕장
흘림체로 몸부림치는 비릿한 인연,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왔나.
단 한 획의 미라. 고독한 이미지스트.
-시집 『언뜻,』, 이선균, 천년의 시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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