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 시인 / 작은 화분
피에로가 졸고 있다
풍선들을 생각하면서
노곤한
군중 속에서 잠에 빠진 피에로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
흘러내리는 가발을 다시 씌워준다
이지아 시인 / 회전하는 편지
한없이 삶은 아무 조건 없이 잔인하다는 걸 느꼈어 기꺼이 오래 위태로웠지 그건 영원에 닿기 위해 계속 생명이 죽음을 연습하거나
인간 심화 비물질 합성 관념들의 절대성 영혼을 얻기 위해 전부를 버리는 일과 같아 사파이어 나무야 원하지 않으면 사라져도 된단다
1. 인간 심화
後 "목표를 버리면 살아났어" 노래들이 말했다
비가 내리는 날은 그러했다 농도 짙은 소리와 습기와 우산과 손의 호응 키스와 침묵의 효과 주인공이 없어도 멋진 풍경 기도가 없는 성당은 진짜로 천국 같아 안나가 손을 모았다
세번째 아기를 지우고 안나는 덤덤했다 야마하는 안나를 옥상에서 데리고 놀았다 안나가 울면 야마하는 계속 웃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라고 안나의 교복이 더러웠다
진정한 리더쉽은 세상을 이끈다 총명한 것들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고
희망이 살인을 대신하고, 결혼식장 인물들의 병렬 구조, 안나는 미모의 고모를 시집보내고 약을 시작했다. 안나는 공연 때 트리가 된다고 했다. 우리는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했다, 뺏긴 것을 다시 돌려와야지, 식욕에 전율이 있다, 당무는 일을 다시 하자고 했다, 근질거려 못 참겠어, 피가 나도록 긁어보자, 육질이 벗겨지도록, 캬, 당무는 마른 오징어를 씹으며 말했다
브래드는 개를 데리고 왔다 동그랗고 바보 같은 표정이 귀여워서 개의 입속에 개미를 넣었다
뭐 하는 거야 병신아, 실은 브래드가 화내는 걸 보고 싶었다 개도 필요하대, 살아 있는 게 지랄마, 오늘은 내가 참는데... 화풀이하지 마라 니가 뭘 알아? 나는 브래드의 개를 던졌다. 브래드는 그날 맥주병으로 내 어깨를 그었고 나는 개를 주워 왔다 치료는 됐어
우리는 저녁 내내 개를 지켜봤다 당무는 개에게 생수를 뿌렸다 혼자 다녀올게, 나는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구해 왔다 브래드는 개를 안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앉아서 츄파춥스 막대 사탕의 껍질을 벗겼다 당무가 물었다 학교는 미련 없어? 어 당무는 브래드에게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개는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다시 계속 개처럼 낑낑 혀를 내밀고 본분을 다했다
전율과 고통과 슬픔이 비슷한 맛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신나게 짜장면 그릇을 비우면서 학습했다 야마하가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고 한턱 쏜다고 짜장면을 셀 수 없이 가져왔다 우리는 까만 소스를 얼굴에 묻혀가며 헐떡거렸다 진짜 죽인다 우리는 짜장면을 마셨다 "어 근데, 갑자기 생각 바뀌었어" 이딴 건 내가 아니잖아 야마하는 우리에게 짜장면을 처먹이다가 일하는 안나를 끌고 와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찼다 나는 야마하 얼굴에 먹은 짜장면을 다 토했다 형 미안, 내가 눈깔이 삐어서 나도 양파 조각 되도록 맞았다
그리고 싸움은 비슷한 색깔과 지휘로 뭉쳐져 있다는 것을 무료 관람, 미술관 뒤뜰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본질의 아카이브, 동서양 팬티의 역사"라는 제목이 좋았다 크크 팬티의 역사래 낄낄거리며 나는 다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휴관이었고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는 웃다가 쓰러졌다 휴관이래 시팔 휴관이 뭐야, 우리도 휴관하자
경찰과 버스와 벽과 투사들이 몰려들었다 꽤 화나 있었고 진지해 보였다 어느 날, 안나는 말하지 않았던가 진지한 건 오만한 거라고 그래, 오만한 덩어리들이 총을 쏘고 때리고 죽이고 있었다 혁명과 혐오를 외치며 우리는 그들 중 제일 멍청하고 선명해 보이는 애가 작은 가방을 떨어뜨린 것을 목격한다
가방 안에는 <사라지고 중독> 이라는 가루가 있었다 우리는 그 가루를 훔쳐서 존나게 뛰었다 아무도 못 봤다 모두들 진지한 척 오만한 척하느라 코치·노동·투쟁·평등·몰이해, 이런 것들이 모자를 벗고 비범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다음 생엔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태어나시길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며 증상은 무엇을 긍정하려고 밤새도록 우리는 츄파춥스 껍질을 깠다
당무는 실험이 필요하다며 손가락에 가루를 묻혀 먹었다 또라이 새끼 느껴봐야 할 것 아냐 니가 어떻게 알아 여자도 아닌데 그거나 이거나 같겠지 당무는 귀엽다
피곤한 브래드는 개와 좀 편해져갔다 나는 브래드에게 괜찮냐, 하고 물었다 안 괜찮다 새끼야, 브래드는 웃었고 우리는 괜찮다는 뜻이다
2. 공동의 사연 혹은 긍지, 있지, 갔지
고밀도작업 껍질 벗기고 묻히고 다시 껍질 붙이고 접착제로 마무리 우리는 능력이 많다 악마의 능력은 뭘까 삶을 좆 빠지게 매달리게 하는 비법 나는 브래드의 개에게 가루 묻힌 츄파춥스 하나를 입속에 넣어주었다 브래드는 화를 내려다 관뒀다 너는 여름이 좋다고 했다
세상은 참 복잡하지 않니? 안나는 작은 연못에 발을 담그며 말했다. 괜찮을까? 안나의 발은 연못의 물고기보다 작았다. 응 괜찮아, 안나는 얼굴이 더 말랐고 온몸에 멍이 늘었다. 너 대학 간다며? 안나가 나에게 물었다. 안나의 목소리는 찬란한 음악 같았다. 나는 바보같이 늘 몇 박자 늦게 대답했다. 뭐 되는대로, 안 가도 되고, 안나는 연못에 빠진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잡았다. 이파리를 하나 떼어서 내게 줬다. 예쁘다. 나도 안나 옆에 앉았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웠다. 하늘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안나가 말했다. 저 구름은 참 맘에 안 들어, 내가 신나서 말했다. 그럼 내가 치울까, 뭐? 하하하하, 안나가 말했다. 저 별은 더 싫어, 그럼 내가 영원히 삭제할게, 안나는 잠시 조용했다. 세상은 참 복잡하지 않니? 나는 물고기가 안나의 발을 물까 봐 걱정이 되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어른이 되면,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물속에 비친 플라타너스를 보았다. 너가 좋아하는 거, 그게 될 거야, 그 후 안나는 작은 고니가 있는 강에서 죽었다.
신이시여, 신이 없는 신이시여, 같은 태도 같은 말투 연설과 위선의 빛이여, 역겨움, 강요/ 쉽게 흥분하는 인간 탐닉 부적응자여, 대장장이의 불을 빌려 잠시 당신의 이마에 내 이름을 새기리라 창작과 기계는 같은 것 찬란한 것 나는 오토바이 안장을 더 높이고 조이며 말했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면
우리는 돈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사업은 대성할 가능성이 있고 매일 꾸준히 여러 명의 여성분들이 들이닥친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몰랐어요. 하지만 저도 두렵습니다" 이딴 변명을 지껄이며, 돈을 내밀었다. 우리는 츄파춥스를 열 개씩 팔았다. 휴머니즘 전의의 힘으로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이고, 신중하게, 악마에게도 재능이 있어, 천사를 대조하는 힘, 사랑을 통해 절대를 느껴본다. 대안이 없다. 실패에 대한 대안
3. 환상적인 삶
관찰과 몰입 궁금과 호기심 직관과 핵심 실행력 내 기억의 클라리넷 같은 안나의 목소리 규칙과 채찍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가 나갔다 하나가 사 가면 하나가 늘었다 안나와 함께 일하던 누나들, 기쁨을 잃은 중년의 여자들, 술집 마담들, 생명공학도 여학생, 인생 포기한 초딩 아이들, 애인에게 선물 주고픈 아저씨들, 길거리 거지들, 마지막으로 문제 많은 그 판소리 무당 늙은이
"환상과 기쁨이 없는 세계를 향해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면 달콤하고 자랑지지배배 같은 쪽쪽이를 팝니다 표현하세요, 발휘하세요 대량 구입하셔도 감사합니다"
4. 사명감이라는 사업
그런데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여자애들이나 아줌마들은 사탕을 사지도 않으면서 우리에게 안부 문자를 하거나 장난을 걸어왔다 이상하게 기분이 포근했다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꽤 공정하게 하려고 했다 가격을 속이거나 개수를 속이지 않았으며 돈 많은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다
그사이에 주말에 당무는 브래드와 학교에 다녀왔다 손가락이 네 개였던 학생주임은 우리를 볼 때마다 했다 그리고 담배와 돈과 반지와 신발을 빼앗았다 어느 날 브래드에게 밤에 찾아오라고 했다 게이 학주 새끼는 브래드 몸을 빨았고 돈을 줬다 브래드는 죽고 싶다고 했고 어쨌든 우리는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브래드는 학주 손가락을 하나 더 잘랐다 죽어도 신고 못 할 것이다 병신새끼
5. 안나의 트리
안나 말대로 진지함은 오만이며 고통은 충격이며 판소리 늙은이는 북청사자놀음 탈과 옷을 입고 등장했다 우리는 간만에 겁을 먹고 놀랐다 우리는 문신을 하고 있었다 브래드는 내 등을 파랑색 이파리 그림으로 덮었다
삶과 그 존재 형태, 그 야릇한 비밀을 판소리 무당 늙은이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판소리 무당 늙은이는 한복을 입고 소리쳤다 정신없이 세상을 섞어버리고 싶어
야. 빨리 약 줘서 보내 당무가 소리쳤다
판소리 늙은이는 달 타령 판소리를 읊더니 춤을 췄다 기괴한 가면을 우리에게 하나씩 줬다 미친 시팔 우리는 돌을 던졌다 판소리 늙은이는 돈을 한 뭉치 던지고 가며 아들 아들, 야들 야들아 미안해~ 이런 더러운 말을 던지며 전자음악을 틀었다 크게 재수 없어서 배고파서
우리는 찜질방에서 남극 체험을 했다 해골처럼 말랐다 식혜와 계란을 정신없이 먹었고 짜장면도 먹고 라면도 먹고 제육볶음도 먹었다 머리 말리며 나오고 바람이 차가웠고 가면과 달 가면과 탈 당무와 브래드는 여관에 들어갔고 나는 거리를 걸었다 취했고 외로웠고 비틀거렸고 위태로웠다 차마 이 질긴 의지와 육질 커다란 개가 내 팔을 물어뜯었다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고 뼈가 드러나 나뭇가지가 드러났다 파란 이파리가 돋아났다 나는 평화로운 수분에 잠기며 물속에서 안나의 하얀 발을 보았다 우리는 경찰에게 잡혔고 안나는 맑은 어항 속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컷 컷 꿈과 빛 꿈과 빛 안나는 나를 보며 웃었다 트리처럼 안나는 물속에서
6. 신비로운 안녕
인간은 긴장하고 참고 숨기고 싶을 때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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