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시인 / 우리는 마지막 포도나무를 예약한 거야
걷히지 않는 구름을 타고 세 개의 해안에 도착했지
이후의 눈물을 알아 두려 묵묵한 슬픔을 예약했어
여기까지 오는데 발목은 희끗 파도에 쓸릴까 뒤집어질까 조심하는 건 다가설 모래벌판 때문이겠지
아직은 중얼거림과 잠 사이 삼 월의 포도나무는 물기 하나 없지만 일어나면 현관 가득 가벼운 발
거짓말처럼 팔다리를 젖히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갈비뼈 위로 너울대는 해안을 잠재우는 거야 컵의 얼굴로 깨어나자 담지도 못하고 비켜서서 미안해
포도나무 아무렇지 않게 칠월이면 무성한 손수건 그날은 몰아치는 후회를 보고도 모르는 장면을 만날 생각에 히히 웃자
다시 가자 시차를 겪는 눈꺼풀로 노을 따라 붉게 물들며 이렇게 잘 잔 게 몇 년 만이야 중한 결실을 맺은 것처럼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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