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 시인 / 가설무대
절대로 원한 적 없었을 텐데 무대가 이미 펼쳐져 있었지 꽃도 향기도 싫었지만 때 되면 열매 맺어야 사람이 된다 앵벌이 위해 향 피우고 꽃잎 다듬어야 한다 재촉하더니 이제 왜 무대를 거두려 하고 있나 초침소리, 거품 물고 다그친다 넋두리가 후추 뿌리고 있다 가래 끓는 속으로 갇힌 기침소리 시간의 넋 흔들어대며 잠깐 펼쳤던 판, 파장이다 팔십년 한 생이 마감하느라 팔 오년 팔월 삼일 새벽 네 시라는 손주 며늘의 말에 핏빛 모란 송이 큼지막이 그리곤 인연의 끈 스륵 놓아버린다 비로소 날개 돋아나는 걸 믿는지 미소 머금은 채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승남 시인 / 푸른 돌 외 1편 (0) | 2023.01.11 |
---|---|
조기현 시인 / 세네갈 블루스 (0) | 2023.01.11 |
김인육 시인 / 후레자식 외 1편 (0) | 2023.01.11 |
김영남 시인 / 당부 외 1편 (0) | 2023.01.11 |
김왕노 시인 / 아무르 여자 외 1편 (0) | 2023.01.11 |